어떤 시작은 이미 약속되어진 것보다 불쑥 찾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불쑥 찾아와 낯설게 보이지만 저 아래 깊게 깔려 나만 보지 못했건 것처럼 익숙하게 손작업은 시작됬다. 오랫동안 내 모습과 내 목소리 대신 나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냈던 하얀개 빙고와 빨간고양이 모모의 작업이 그지없이 상냥하거나 친숙했다면 손작업은 상당히 거칠고 불안하고 퉁명스럽다.

나는 하얀개 빙고와 빨간고양이 모모처럼 수줍고 상냥하고 따뜻하지만 손작업처럼 신경질적이고 날카롭고 어둡다.

 

11월 가을, 겨울로 가기전이나 겨울로 가는 길목, 설레이는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한끝인 것처럼. 침묵과 소란이 차이없음을.

 

어디든 언제든 나는 있다. 2020. 한지위에 펜과 유채. 149x212cm 사본.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