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생각을 해서 이렇게 그려야지 결심하고 하얀 빈 캔버스를 꺼내 스케치를 위한 젯소칠을 가볍게 해두고는 몇일을 바라만 봤다. 이렇게 이렇게 그리면 될것 같지만 막상 빈캔버스를 채우려 하니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손이란 놈이 아직 움찔도 안한다. 가볍게 생각낸대로 선하나 직- 그었다가 떠오르는 무엇이 생겨 바지가랑 붙잡고 서 있는 꼴로 내내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조금씩 떠오르는 허상들을 붙잡아 내 캔버스를 다 채우고 나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좋으면 나는 또 그리지. 또그리고 또그려 다시 세상에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그 얼마나 좋은거 다음엔 또 허상을 쫒아 움찔움찔 할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