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윈도우 창을 열면 새 하얀 화면 창 위로 딸깍 딸깍 거리는 소리를 내는 듯 cursor가 깜빡인다. 무엇을 쓰려 했는지 딸깍 딸깍 소리에 눈 만 깜빡 깜빡한다. 새로운 canvas를 꺼내 이젤 위에 올리면 새 하얀 천위에 금방이라도 그려 낼 듯 했던 이미지들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무엇을 하여 할수록 할 수 없어 지는 것, 그리워지자. 그리워 해보자.

그림은 그리움이라는 데 그리운 것을 그리는 것이라는 데 나는 무엇이 그리운 것일까.

가슴이 아프도록 그리워 했던 것을 상기시켜 보았다. 그것보다 더 그리워지는 것은 가슴이 아프도록 사라질 것들이었다.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상실과 지키고 싶었던 의지의 나약함, 내 젊음과 내 미래. 그래서 두렵고 두렵고 두렵다. 금방이라도 그리워진다.

모든 것이 사라질 순간을 생각해 본적이 있나. 가슴이 뛰고 눈물이 핑돈다.

 

이것이 미래의 그리움이라 한다면 그리움이란 과거를 위한 단어가 아닌 지금을 위한 것이다. 지금 잊혀 질 모든 것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는 것이 맞겠다.